사건파일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 막장 부녀의 불륜? 본문

카테고리 없음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 막장 부녀의 불륜?

INDH 2017. 3. 26. 22:36

 

 

2009년 7월6일 오전, 전남 순천의 한 시골마을에 살던 최아무개(사망 당시 57살·여)씨는 희망근로사업장으로 출근하다 “일 나갈 때 가져가라”던 남편의 말이 떠올라 막걸리 두 병을 챙겨 길을 나섰다. 출근하자마자 목이 칼칼했던 최씨는 동료들과 함께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순간 최씨와 동료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다른 두 명은 바로 토해내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최씨 등의 사인은 ‘청산염 중독에 의한 심폐정지’. 누군가 막걸리에 청산염을 탔던 것이다.

 

 


경찰은 곧장 수사에 나섰으나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경찰은 엉뚱한 곳에서 사건 해결의 단서를 잡았다. 경찰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같은달 26일 최씨의 딸 백아무개(28)씨는 강간을 당했다며 한 남성을 고소했는데, 피해 특정을 못하고 진술을 계속 번복하다 허위고소였다고 실토를 한 것이다. 백씨는 그러면서 “사실은 나와 아버지가 청산염을 구입해 어머니를 죽였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허위고소를 했다”고 범행 은폐 사실을 순순히 털어놨다.

 

전남 순천 황전면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숨진 최모(59) 씨의 집 전경


아버지 백아무개(62)씨는 딸 백씨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성추행을 한 뒤 지속적으로 딸과 성관계를 가졌다. 딸은 2007년에는 친부를 알 수 없는 아들을 출산해 해외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최씨도 부녀간 ‘부정’을 알게 됐고, 이 문제로 ‘부녀와 어머니’ 사이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 최씨는 특히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자들과 스스럼없이 성관계를 갖던 딸에게 “남자관계가 문란하다”며 여러 차례 꾸짖었고, 감정이 쌓인 부녀는 청산염을 넣은 막걸리를 마시게 하는 방법으로 최씨 살해를 모의하기에 이르렀다.

 

 

 


경찰한테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부녀로부터 자백을 받아 존속살해와 살인 등의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부녀 치정이 부른 비극’으로 귀결되는 듯 했던 사건은 법정에서 돌변한 부녀의 태도로 또한번 반전을 맞았다. 부녀 모두 “검찰 추궁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한 것.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부녀의 자백에 의한 진술의 증거능력이 낮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광주고법은 “검찰에서의 자백이 신빙성이 있다”며 1심을 뒤집고 백씨와 딸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도 15일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들에게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질 정도로 여러가지 의혹이 많은 사건으로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과 피의자 그리고 변호인,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다음과 같다.

 

일부러 외지에서 사온 것.   농약 아닌 청산가리 사용.  탄 지 이틀 지나서야 범행.   의문은 많고 실마리 없어

전남 순천시 황전면 선변리 용림마을은 고요했다. 117가구 260명이 사는 마을에는 자욱한 안개가 깔려있었고 들리는 것은 닭 울음소리 뿐이었다. 마을 입구부터 곧게 뻗은 폭 3m의 비포장 도로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도로를 따라 100m정도 올라가자 우측에 커다란 은색 대문의 집이 보였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2주 전인 지난 6일 새벽 5시30분 이 집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기자가 마을을 찾은 시각도 그때였다.

 

남편

백모씨는 사고 당일 승용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곡성의 야산에서 제초작업을 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백씨의 아내 최모(59·사망)씨가 노는 남편을 보다 못해 주민에게 부탁해 얻은 일자리로, 일을 시작한 지 닷새째였다. 남편은 경찰에서 "사고 날 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집의 개 두 마리도 짖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이 마을에 산 지는 올해로 38년째다. 작년까지 오이농사를 짓다 기름값이 올라 10년 만에 농사를 접었다. 그에게는 현재 4100만원 정도의 빚이 있다. 마을 주민 김모(45)씨는 "그는 하우스를 그만둔 후 주민들의 농사를 군말 없이 도와주고 농기계도 잘 고쳐주던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길 나서기 전 마당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 그는 "화장실 맞은편에 세워둔 흰색 1t트럭 뒤에 검은 봉지가 있었다"고 했다. 두 번 묶여 있던 봉지를 풀어보니 흰색 막걸리 두 병이 들어 있었다. 처음 보는 상표인데다 병뚜껑이 열려 있었다. 평소 누군가 막걸리를 놓고 간 적이 없었지만 그는 의심하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일하러 가는 사람이 놔두고 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막걸리가 든 봉지를 거실 앞에 두며 "누가 막걸리 놓고 갔네"라고 했다. 부엌에 있던 그의 아내는 "알겠다"고 답했다. 집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같이 일을 나가는 나모(46)씨를 만나 곡성으로 향했다. 일을 시작한 지 2시간 반쯤 지났을 때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던 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인

최씨는 남편을 보내고 일 채비를 했다. 그는 6월 2일부터 정부에서 실시하는 희망근로를 나갔다. 마을 주변의 황전천에서 풀을 베는 일이었다. 작업은 오전 8시 시작돼 오후 5시 끝난다. 그는 아침에 남편이 말해준 막걸리 두 병을 자전거에 실었다. 작업장은 마을에서 4㎞ 정도 떨어진 곳이라 그는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가는 도중 그는 수퍼에서 막걸리 한 통을 더 샀다. 사람들과 나눠 마시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평소에도 남에게 뭔가를 나눠 주기 좋아했다.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도 목숨을 건진 장모(74)씨는 "최씨는 뭐든지 남에게 주려는 성격이라 살구도 가지고 와 나눠 준 적도 있다"고 했다.

 

일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난 오전 9시10분쯤 첫 휴식시간이 됐다. 술을 좋아하던 최씨는 "누가 고맙게 문 앞에 막걸리를 갖다 놨다"며 "더운데 한 잔씩 하자"고 했다. 막걸리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모(76)씨는 "평소 마시던 막걸리와 모양이 달랐다"고 했다. 병뚜껑이 열려있었지만 최씨는 눈치채지 못했다. 금세 종이컵에 4잔의 막걸리를 따라 주위에 있던 이씨, 장씨, 정모(68)씨에게 건넸다. 막걸리는 흰색이 아닌 은은한 갈색이었다. 이씨는 "색깔이 이상해 '술이 왜 그렇대, 고급 술인가 보네'라고 말했다"고 했다. 장씨는 "새로 보는 거라 칡 막걸리인 줄 알았다"고 했다.

 

정씨와 최씨가 먼저 막걸리를 마셨다. 이씨와 장씨는 "술 맛이 이상하다"며 바로 뱉었다. 5분 후 정씨와 최씨의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쓰러졌다. 장씨와 이씨도 뒤이어 의식을 잃었다.

 

경찰

문제의 막걸리에서는 11.85g의 청산가리(치사량 0.38g)가 검출됐다. 봉지에 같이 담겨 있던 다른 막걸리도 뚜껑이 열려있었지만 청산가리는 나오지 않았다. 막걸리는 용림마을에서 팔지 않는 상표다. 경찰은 "이 막걸리는 7월 2일 만든 것으로 누군가 이 부부를 살해하려고 순천 시내에서 사온 것 같다"고 했다. 마을은 외지인의 출입이 뜸한 편이다. 순천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12번 있고 외지인도 많아야 하루에 10명 안팎이다. 경찰은 수사진 40명으로 팀을 꾸렸지만 2주가 지나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 주민 중 평소 최씨와 같이 술을 마신 사람이 있는지, 원한이나 치정(癡情)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다. 경찰이 알아낸 것은 막걸리 색깔로 보아 청산가리를 사고가 일어나기 2~4일 전인 이달 2일부터 4일 사이에 넣었다는 것뿐이다. 막걸리 병과 비닐봉지에서 나온 2점의 지문도 뭉개져 알아볼 수 없다.

 

경찰은 사망한 최씨와 불편한 관계였다고 알려진 A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의심 가는 주민의 통화내역을 조회했고 행적도 추적했다. 하권삼 순천서 형사과장은 "주민들을 전부 조사해 한명씩 배제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수사에 지쳤다. 하루 6시간씩 조사받고 최씨와 관계만 있다고 알려지면 압수수색을 당했다. 한 주민은 "경찰에 4번이나 불려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받았다"며 "범인이 잡히기만 하면 찢어 죽이겠다"고 화를 냈다. 최씨의 남편 백씨도 경찰에 나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마을에는 신고보상금 2000만원이 찍힌 '막걸리 구매 및 소지자 수배' 전단지가 붙었다.

 

용의자

주민들은 "백씨와 최씨는 남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정모(60)씨는 "각자 농사일이 바빠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 사람들은 남 이야기 안 하고 참견도 안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평판이 좋지 않은 B씨를 의심하고 있다. 사소한 일로 마을 사람들과 자주 다퉜으며 거짓말을 잘하고 죽은 최씨와 자주 술을 마시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순천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 CCTV에도 B씨가 커다란 짐을 싣고 온 장면이 목격돼 '혹시 막걸리를 숨겨 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주민 중에는 "우리 마을에 범인이 있다면 B씨일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사건 당일 병원에 입원한 C씨도 의심을 받는다. 그는 평소 정신상태가 건강하지 못해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중 상당수가 그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 숨진 최씨의 가족 중에는 '불미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경찰은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 가운데 차량을 소유한 48명도 조사를 받고 있다. 은퇴 후 마을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D씨도 계속해서 의심을 받고 있다.

하 과장은 "아직도 ▲왜 다른 지역에서만 파는 막걸리를 사용했는지 ▲왜 쉽게 구하는 농약이 아니라 청산가리인지 ▲왜 청산가리를 탄 지 이틀 후에 범행을 저질렀는지 같은 의문점이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연재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 <나흘간의 기억>

 

제1화, 자백뿐인 증거 - 막걸리 살인, '불륜 부녀' 범죄로만 알았는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2371

 

제2화, 범행도구 - 독극물 타면서 폰뱅킹... 그 여자의 '이상한' 자백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3527

 

제3화, 소통없는 공모 - 방치된 막걸리와 안 짖는 개, 현장검증의 의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3534

 

제4화, 살인 동기 - 살해동기 '부녀 성관계', 주변인은 아니라는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5219

 

제5화, 부녀에 대한 주변 평가 - 장모도 있는데 딸과 성관계? 이상한 자백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5223

 

제6화, 유력한 용의자 남편 - 아내 죽었는데 막걸리병 찾은 남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6326

 

제7화, 경찰수사 점검 - 딸 '건드린' 마을아저씨, '제3의 인물'이 나타났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9004

 

제8화, 막바지 경찰 수사 상황 - '딸과 성관계' 자백, 검찰에서 무슨 일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0417

 

제9화, 검찰의 활약 - '부녀 불륜' 증명, 검찰은 탁월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4290

 

제10화, <그것이 알고 싶다> PD 입장 - 방송 덕에 받은 자백? 제작진 생각은 달랐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5511

 

제11화, 청산가리 구입처 - 청산가리 뿌려 농사 짓는 마을의 실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8351

 

제12화, 경찰 입장 - '부녀 성관계' 최초 보고 경찰관에게 무슨 일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62597

 

제13화, 마지막 목격자들 - 웃으며 성폭행 증언한 막내딸 세 딸 돌아가며 성추행한 아버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64570

 

제14화, 첫째 날(7월 2일) 재구성 편 - "아내 죽이려면 혼자 하지, 왜 딸을 끌어들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68965

Comments